[22 지선 분석]

도지사는 보수, 시장은 진보? 춘천시 데이터로 본 '교차투표'의 정석

투표소에 들어가면 우리는 여러 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됩니다. 광역단체장(도지사·시장), 기초단체장(구청장·시장·군수),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 등... 여러분은 이 모든 용지에 항상 같은 정당의 후보를 찍으시나요?

데이터를 뜯어보면 유권자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전략적입니다. 큰 틀에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더라도, 동네 일꾼을 뽑을 때는 인물의 능력이나 구도를 보고 다른 정당을 선택하는 '교차투표(Split-ticket voting, 선거 종류별로 다른 정당·후보를 선택하는 투표)' 현상이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오늘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동일한 유권자들이 투표했음에도 '도지사'와 '시장'의 당선 정당이 정반대로 엇갈렸던 기묘한 지역, 강원도 춘천시의 개표 데이터를 통해 교차투표와 표 분산의 마법을 해부해 봅니다.

1. 춘천의 기묘한 성적표: 엇갈린 민심의 행방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춘천시민들이 선택한 강원도지사와 춘천시장의 개표 결과를 나란히 놓고 보면 매우 흥미로운 모순이 발견됩니다.

📊 2022 지방선거 춘천시 관내 개표 결과 요약

강원도지사 선거 (춘천시 집계)

구분후보(정당)득표수득표율
당선김진태 (국민의힘)62,51446.41%
낙선이광재 (더불어민주당)60,33644.80%

👉 결과: 국민의힘이 2,178표(1.61%p) 차 우세

춘천시장 선거

구분후보(정당)득표수득표율
당선육동한 (더불어민주당)61,75145.62%
낙선최성현 (국민의힘)60,70244.84%
낙선이광준 (무소속)12,9039.53%

👉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1,049표(0.77%p) 차 우세

같은 날, 같은 춘천시민들이 투표했는데 도지사 투표함에서는 빨간색(국민의힘) 표가 더 많이 나왔고, 시장 투표함에서는 파란색(더불어민주당) 표가 더 많이 나왔습니다. 이른바 완벽한 교차투표가 일어난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2. 숨겨진 변수: 무소속 출마와 '표 분산'의 나비효과

이 기현상을 풀 수 있는 열쇠는 춘천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제3의 후보에게 숨어 있습니다. 당시 춘천시장 선거에는 과거 보수 정당 소속으로 춘천시장을 역임했던 이광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낙선(3위): 이광준(무소속) / 12,903표(9.53%)

보수 성향이 강한 무소속 후보가 무려 10%에 가까운 1만 2천여 표를 가져가면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표심이 쪼개지는 보수 표 분산이 발생한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도지사 선거에서는 보수 정당에 힘을 실어주었지만, 시장 선거에서는 인물 경쟁력과 무소속 변수가 맞물리며 민주당 육동한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3. 기초의원 선거의 딜레마: 293표 차이의 눈물과 '표 분배'의 마법

교차투표 못지않게 흥미로운 지점은 2~4등까지 당선되는 중선거구제 기초의원 선거에서의 표 쏠림 현상입니다. 춘천시의원 개표를 들여다보면 정당의 치밀한 표 분배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춘천시 라선거구(3인 선출) 실제 결과 vs 가상 표 분배 시나리오

실제 개표 결과

순위후보(정당)득표수증감결과
1위김운기 (국민의힘)6,952-당선
2위신성열 (더불어민주당)4,823-당선
3위윤민섭 (정의당)3,456-당선
4위윤채옥 (더불어민주당)3,163-낙선

가상 시나리오(민주 표 400표 분배)

순위후보(정당)득표수증감결과
1위신성열 (더불어민주당)4,423-400당선
2위김운기 (국민의힘)6,9520당선
3위윤채옥 (더불어민주당)3,563+400당선
4위윤민섭 (정의당)3,4560낙선

정의당 3위(3,456표)와 민주당 4위(3,163표) 간 격차는 293표였습니다. 민주당 내부 표를 400표만 재배치하면 3위가 뒤바뀌는 구조를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입니다.

이 선거구에서 정의당 3위와 민주당 4위의 표 차이는 불과 293표였습니다. 민주당 내부 표를 소폭 재배치했다면 3위 당선권 진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선거는 단순 인기 경쟁을 넘어 수학적 전략과 조직력이 맞붙는 구조임을 보여줍니다.

4. 카토그램의 강점: 엇갈린 민심을 '한 페이지'에 담는 법

이처럼 한 지역구 안에서도 선거 종류(도지사 vs 시장)에 따라 색깔이 뒤바뀌는 복잡한 민심을 일반 지도는 한 화면에 담기 어렵습니다. 도지사 지도와 시장 지도를 따로 열어 번갈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은 상단의 [광역단체장 / 기초단체장] 탭 전환으로 같은 위치의 헥스 색만 즉시 바꿔 보여 줍니다. 사용자는 지도를 다시 읽지 않아도 춘천시의 교차투표를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5. 결론: 숫자가 알려주지 않는 민심의 온도를 읽다

오늘 살펴본 춘천 데이터는 선거가 단순한 양당의 땅따먹기 게임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10% 무소속 표의 존재감, 293표 차이로 갈린 기초의원 당락, 정당 투표와 인물 투표를 분리하는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이 숫자 이면에 숨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은 최종 승자만 칠하는 단순 지도를 넘어, 탭 전환에 따라 달라지는 색을 통해 지역별 민심의 층위를 입체적으로 기록하는 도구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비례대표의 역설'을 어떻게 지도에 번역하는지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