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과 서울 중구가 똑같이 '한 칸'인 이유: 헥스 지도의 비밀
대통령 선거나 지방선거 다음 날 아침, 포털 사이트에 뜬 전국 개표 지도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분명 지도 면적의 70%가 특정 정당의 색깔로 새빨갛게(혹은 파랗게) 뒤덮여 있는데, 실제 선거 결과는 다른 정당이 승리했다고? 지도가 잘못된 건가?"
여러분의 눈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보고 계신 그 '일반 지도(지형도)'가 우리 뇌에 엄청난 시각적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지도의 '면적(땅의 크기)'이 넓을수록 선거에서 이긴 표도 많을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선거는 땅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이 왜 실제 지도를 과감히 버리고, 벌집 모양의 육각형(Hex) 헥스 지도를 선택했는지 그 숨겨진 설계 원칙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팩트체크: 면적은 650배 차이, 당선자는 똑같이 1명
이 시각적 착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보기 위해, 다가오는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시·군·구)' 면적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 및 면적 자료(인천광역시 제물포구 등 최신 행정구역 개편 반영)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전국에서 가장 땅덩어리가 넓은 이른바 '거인 지역'과, 지도에서 겨우 보일까 말까 한 '점 지역'을 한눈에 비교했습니다.
거인 지역 Top 5
- 강원 홍천군: 약 1,820.3 ㎢ (압도적 전국 1위)
- 강원 인제군: 약 1,645.0 ㎢
- 경북 안동시: 약 1,522.1 ㎢ (시 단위 전국 1위)
- 강원 평창군: 약 1,463.9 ㎢
- 경북 경주시: 약 1,324.9 ㎢
점 지역 Top 5
- 부산 중구: 약 2.8 ㎢ (전국 최소 면적)
- 대구 중구: 약 7.1 ㎢
- 부산 동구: 약 9.7 ㎢
- 서울 중구: 약 10.0 ㎢
- 부산 수영구: 약 10.2 ㎢
놀라운 팩트가 보이시나요? 전국 면적 1위인 강원도 홍천군은 꼴찌인 부산 중구보다 무려 650배나 넓습니다. 서울 중구와 비교해도 180배 이상 거대하죠.
하지만 지방선거의 세계에서는 홍천군민도 군수 '1명'을 뽑고, 부산 중구민도 구청장 '1명'을 뽑습니다. 선거에서의 가치(의석수)는 1대 1로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2. 일반 지도의 치명적 한계: '면적 투표'의 함정
만약 이 결과를 네이버나 카카오맵 같은 '일반 지형도' 위에 색칠하면 어떤 대참사가 벌어질까요?
홍천군, 인제군, 안동시처럼 인구 밀도는 낮지만 면적이 거대한 산간·농어촌 지역에서 승리한 정당의 색깔은 모니터 화면의 절반을 집어삼킬 듯 거대하게 표시됩니다. 반면, 수십 수백만 명의 유권자가 밀집해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인 서울 중구나 부산 수영구 같은 대도시 도심 지역은 모니터 픽셀 몇 개 크기의 작은 '점'으로 쪼그라들어 아예 색깔조차 보이지 않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은 지도를 보며 "아, 화면이 온통 특정 당의 색깔이니 저 당이 압승했구나"라는 심각한 정보의 왜곡(인지 편향)을 겪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의 등가성(모든 표의 가치는 동등하다)이 시각적 지도 위에서는 철저히 파괴되는 것입니다.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지도를 왜곡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만큼이나, 일반 지도를 통한 선거 결과 시각화는 위험한 오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3. 헥스(Hex) 카토그램의 제1원칙: "땅이 아닌 사람을 그리다"
이러한 지리적 착시 현상을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이 바로 카토그램(Cartogram, 통계 지도)입니다. 그중에서도 저희 서비스는 가장 기하학적으로 효율적인 '육각형(Hex) 타일'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의 설계 제1원칙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 "지도 위의 1칸(Hex)은 무조건 당선자 1명(1석)의 가치를 지닌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지도는 마법처럼 공평해집니다. 1,820㎢의 거대한 강원 홍천군의 험준한 산맥들도 육각형 '1칸'으로 압축됩니다. 반대로 2.8㎢에 불과한 좁은 부산 중구의 빌딩 숲도 홍천군과 완벽하게 똑같은 크기의 육각형 '1칸'으로 당당하게 확대되어 그려집니다.
넓은 영토를 가졌다고 해서 화면을 독식할 수 없고, 땅이 좁다고 해서 인구 비례로 배정된 유권자의 목소리가 점으로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서울의 구청장 25명은 정확히 25개의 헥스로, 강원도의 시장·군수 18명은 정확히 18개의 헥스로 표시됩니다.
4. 가장 정직하고 민주적인 선거 지도
유권자 여러분이 처음 우리 서비스에 접속하셨을 때, 벌집 모양으로 찌그러지고 변형된 대한민국의 형태가 다소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낯섦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땅의 크기'에 속아왔는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카토그램은 지형의 사실성은 과감하게 파괴했을지언정, '유권자의 표심과 의석수의 가치는 모두 평등하다'는 선거의 본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완벽하게 지켜내고 있는 지도입니다.
이제 면적의 착시에서 벗어날 준비가 되셨나요? 다음 글에서는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선거를 넘어, 하나의 동네에서 3~4명의 당선자가 쏟아져 나오는 '지방의원(중선거구제)' 선거를 헥스 지도가 어떻게 요리하는지 그 아찔한 데이터 매핑의 세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