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한 칸에 색칠을 5번 해야 한다고? 카토그램과 '중선거구제'
지난 글에서 우리는 '땅의 크기'가 불러오는 시각적 왜곡을 파헤치며, 홍천군과 부산 중구가 왜 헥스(Hex) 지도에서 똑같은 한 칸으로 그려져야 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시장, 군수, 구청장처럼 한 지역에서 딱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 선거에서는 '1칸 = 1명'이라는 공식이 아주 직관적으로 맞아떨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투표소에서 받는 또 다른 투표용지, 바로 '기초의원(시·군·구의원)' 선거에서 발생합니다. 만약 하나의 동네(선거구)에서 1명이 아니라 3명, 4명, 심지어 5명이 한꺼번에 당선된다면, 우리는 이 동네의 지도를 도대체 무슨 색으로 칠해야 할까요?
오늘은 선거 데이터 시각화의 가장 큰 난제이자, 일반 지형도가 절대 풀 수 없는 숙제인 '중선거구제'를 카토그램이 어떻게 마법처럼 해결했는지 그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설계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1. 팩트체크: 1등만 당선되는 게 아니다? '중선거구제'의 세계
대통령이나 도지사를 뽑는 선거는 오직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 구조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에 따라, 우리 동네 살림을 책임지는 기초의원 선거는 2~4위(때로는 5위) 득표자까지 함께 당선 배지를 다는 중선거구제(Multi-member district,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소수 정당과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표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 선거구에서 당선자가 얼마나 많이 나올까요?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초의원(구·시·군의원) 개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 한 선거구에서 4~5명이 당선되는 메가톤급 지역구 (2022년 지선 기준)
5명 당선 지역 (전국 6곳)
| 당선 | 광역 | 시·군·구 | 선거구명 | 선거인(명) |
|---|---|---|---|---|
| 5명 | 경기도 | 남양주시 | 남양주시사선거구 | 117,132 |
| 5명 | 서울특별시 | 성북구 | 성북구나선거구 | 99,193 |
| 5명 | 서울특별시 | 성북구 | 성북구가선거구 | 98,171 |
| 5명 | 서울특별시 | 동대문구 | 동대문구바선거구 | 86,401 |
| 5명 | 대구광역시 | 수성구 | 수성구마선거구 | 74,434 |
| 5명 | 충청남도 | 논산시 | 논산시가선거구 | 40,909 |
4명 당선 지역 (전국 43곳)
| 당선 | 광역 | 시·군·구 | 선거구명 | 선거인(명) |
|---|---|---|---|---|
| 4명 | 경기도 | 시흥시 | 시흥시가선거구 | 115,271 |
| 4명 | 경기도 | 하남시 | 하남시가선거구 | 109,446 |
| 4명 | 경기도 | 수원시 | 수원시마선거구 | 107,195 |
| 4명 | 경기도 | 용인시 | 용인시카선거구 | 102,213 |
| 4명 | 인천광역시 | 미추홀구 | 미추홀구라선거구 | 92,964 |
| 4명 | 서울특별시 | 강서구 | 강서구마선거구 | 92,211 |
| 4명 | 대전광역시 | 서구 | 서구다선거구 | 91,323 |
| 4명 | 경기도 | 구리시 | 구리시가선거구 | 90,340 |
| 4명 | 서울특별시 | 서초구 | 서초구가선거구 | 83,558 |
| 4명 | 대전광역시 | 동구 | 동구가선거구 | 73,365 |
| 4명 | 울산광역시 | 울주군 | 울주군가선거구 | 72,952 |
| 4명 | 대구광역시 | 수성구 | 수성구바선거구 | 71,368 |
| 4명 | 부산광역시 | 기장군 | 기장군다선거구 | 69,169 |
| 4명 | 서울특별시 | 동대문구 | 동대문구마선거구 | 66,862 |
| 4명 | 광주광역시 | 광산구 | 광산구가선거구 | 63,644 |
| 4명 | 전북특별자치도 | 전주시 | 전주시다선거구 | 63,026 |
| 4명 | 경상남도 | 거제시 | 거제시마선거구 | 62,446 |
| 4명 | 충청북도 | 충주시 | 충주시라선거구 | 57,251 |
| 4명 | 충청남도 | 당진시 | 당진시라선거구 | 48,062 |
| 4명 | 충청남도 | 당진시 | 당진시다선거구 | 47,206 |
| 4명 | 강원특별자치도 | 동해시 | 동해시나선거구 | 43,516 |
| 4명 | 강원특별자치도 | 춘천시 | 춘천시가선거구 | 43,250 |
| 4명 | 전라남도 | 여수시 | 여수시자선거구 | 41,395 |
| 4명 | 충청북도 | 진천군 | 진천군나선거구 | 40,751 |
| 4명 | 전라남도 | 여수시 | 여수시마선거구 | 38,289 |
| 4명 | 전라남도 | 무안군 | 무안군가선거구 | 37,915 |
| 4명 | 전라남도 | 무안군 | 무안군나선거구 | 36,980 |
| 4명 | 전라남도 | 화순군 | 화순군가선거구 | 33,709 |
| 4명 | 강원특별자치도 | 삼척시 | 삼척시가선거구 | 32,053 |
| 4명 | 전라남도 | 나주시 | 나주시마선거구 | 28,820 |
| 4명 | 경상남도 | 함안군 | 함안군다선거구 | 27,366 |
| 4명 | 경상남도 | 거창군 | 거창군가선거구 | 27,345 |
| 4명 | 경상남도 | 통영시 | 통영시나선거구 | 27,329 |
| 4명 | 충청남도 | 부여군 | 부여군가선거구 | 27,226 |
| 4명 | 인천광역시 | 동구 | 동구가선거구 | 27,182 |
| 4명 | 전라남도 | 영광군 | 영광군가선거구 | 26,652 |
| 4명 | 전라남도 | 완도군 | 완도군가선거구 | 23,814 |
| 4명 | 경상남도 | 고성군 | 고성군가선거구 | 21,678 |
| 4명 | 충청남도 | 청양군 | 청양군가선거구 | 19,457 |
| 4명 | 경상남도 | 함양군 | 함양군가선거구 | 18,182 |
| 4명 | 전라남도 | 진도군 | 진도군가선거구 | 18,103 |
| 4명 | 전라남도 | 강진군 | 강진군가선거구 | 17,710 |
| 4명 | 경상북도 | 울릉군 | 울릉군가선거구 | 5,839 |
데이터에서 보듯, 경기 남양주시 사선거구 하나에서만 무려 5명의 시의원이 선출됩니다. 한 장의 땅덩어리(행정구역 단위 선거구)가 5개의 의석 지분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2. 일반 지도의 UI 붕괴: 줄무늬로 칠할 것인가, 조각을 낼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 같은 '일반 지형도'의 시각화는 완벽하게 붕괴합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남양주시 사선거구라는 하나의 땅덩어리에서 파란당 후보 2명, 빨간당 후보 2명, 노란당 후보 1명이 동시에 당선되었습니다. 이 결과를 지도 위에 어떻게 칠해야 할까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등 당선자의 색깔로만 동네를 덮어버린다면, 2~5위 당선자들에게 투표한 수만 명의 유권자 표심은 지도에서 완전히 증발해 버립니다. 그렇다고 하나의 동네 위에 파랑, 빨강, 노랑을 줄무늬 패턴으로 칠하거나, 지도 위에 조그만 파이 차트(원그래프)를 욱여넣는다면 어떨까요? 지도는 지저분해지고, 직관적인 정보 전달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게 됩니다.
일반 지도는 '한 구역에는 한 가지 색깔만 칠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공간적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3. 헥스(Hex) 카토그램의 명쾌한 해답: "의석수만큼 칸을 복제하라"
이 복잡한 선거 제도의 난제를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은 너무나도 우아하고 명쾌하게 해결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우리가 채택한 '육각형(Hex) 구조의 복제성'에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카토그램의 제1원칙은 "지도 위의 1칸(Hex)은 무조건 당선자 1명(1석)이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를 중선거구제에 대입하면 정답은 간단합니다. 마치 커다란 피자 한 판을 5조각으로 똑같이 나누어 각 정당의 토핑을 얹어주듯, 당선자가 5명인 동네라면 지도 위에 육각형 헥스 5칸을 분할해서 붙여주면 끝입니다.
1. 남양주시 사선거구 (5명 당선): 육각형 5칸으로 분할 표기
2. 시흥시 가선거구 (4명 당선): 육각형 4칸으로 분할 표기
만약 남양주시에서 파란당 2명, 빨간당 2명, 노란당 1명이 당선되었다면, 우리는 이 지역구에 배정된 5개의 헥스 중 2칸을 파란색, 2칸을 빨간색, 1칸을 노란색으로 칠합니다. 유저들은 복잡한 줄무늬나 그래프를 해석할 필요 없이, 해당 지역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벌집의 색깔 비율만 보고도 그 동네의 '정치적 세력 분포도'를 0.1초 만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4. 결론: 지도는 예술이 아니라 '데이터의 번역기'다
선거 데이터 시각화의 목적은 단순히 대한민국 지도를 예쁘게 그리는 예술 작업이 아닙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직선거법과 중선거구제, 그리고 수백만 유권자의 표심을 가장 공평하고 읽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 내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특히 다가오는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신도시 인구 유입에 따라 이러한 다인(多人) 선거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은 일반 지도의 1차원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하나의 동네에서 피어난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를 육각형이라는 동일한 가치의 그릇에 온전히 담아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지 않으신가요? "지도에 그릴 땅(지역구)조차 아예 없는 '비례대표' 의석은 헥스 지도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혹은 "완벽하게 표수가 똑같이 나와서 의석이 반반으로 갈린 초접전 지역의 색깔은 어떻게 칠할까?" 다음 데이터 분석 아티클에서는 카토그램 시각화의 끝판왕, '비례대표와 동률(Ties)의 미학'을 파헤쳐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