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지선 데이터로 본 '실질 투표율'과 통계의 함정
지방선거는 유권자 한 명이 무려 7장의 투표용지를 받는 '1인 7표제'가 원칙입니다. 하지만 막상 투표소에 가보면 5장이나 6장만 손에 쥐게 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해 드린 '무투표 당선' 때문입니다.
단독 출마로 투표가 생략되면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은 그 선거의 통계 집계(선거인 수)에서 아예 사라집니다. 단순히 「몇 명 빠졌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데이터를 열어보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오늘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증발한 유권자'와 '투표율의 역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허공으로 사라진 서울 유권자 244만 명
먼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의 전체 유권자(선거인 수)는 약 837만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초의원(구의원) 선거로 내려가면 이 숫자는 약 593만 명으로 뚝 떨어집니다.
무려 243만 9,741명의 유권자가 통계에서 증발한 것입니다. 서울시 전체 유권자 10명 중 3명은 구의원 투표용지 자체를 구경도 못 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분모(선거인 수)가 240만 명이나 차이 나는데, 시장 선거 투표율과 구의원 선거 투표율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2. 대구의 기현상: 유권자 67%가 사라진 이유
대구광역시는 더욱 드라마틱합니다. 대구시장 선거인 수는 약 204만 명이었지만, 시·도의원 선거인 수는 약 67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유권자의 67%에 달하는 136만 명이 광역의원 선거 통계에서 사라진 셈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구 내 수많은 지역구에서 광역의원 후보가 단독 출마하여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대구의 시·도의원 투표율은 이 '살아남은 33%'의 유권자들만을 대상으로 계산됩니다. 뉴스에서 발표하는 대구의 전체 시장선거 투표율(43.19% 등)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시장(도지사) 선거인 8,378,339명 기준 · 기초의원 선거인 5,938,598명 · 차이 -2,439,741명 (전국 최대 감소(명))
시장 선거인 2,044,579명 · 시·도의원 675,231명 · 차이 -1,369,348명 (약 67% 감소(시장 대비 분모 비중), 전국 최대 감소율)
17개 광역 — 시·도지사 대비 시·도의원 선거인
| 광역 | 시·도지사 | 시·도의원 | 차이 |
|---|---|---|---|
| 서울특별시 | 8,378,339 | 8,232,289 | -146,050 |
| 부산광역시 | 2,916,832 | 2,916,832 | 0 |
| 대구광역시 | 2,044,579 | 675,231 | -1,369,348 |
| 인천광역시 | 2,534,338 | 2,471,191 | -63,147 |
| 광주광역시 | 1,206,886 | 591,549 | -615,337 |
| 대전광역시 | 1,233,557 | 1,233,557 | 0 |
| 울산광역시 | 941,189 | 882,861 | -58,328 |
| 세종특별자치시 | 292,259 | 292,259 | 0 |
| 경기도 | 11,497,206 | 11,497,206 | 0 |
| 강원특별자치도 | 1,336,080 | 1,336,080 | 0 |
| 충청북도 | 1,368,779 | 1,368,779 | 0 |
| 충청남도 | 1,803,096 | 1,803,096 | 0 |
| 전북특별자치도 | 1,532,133 | 540,982 | -991,151 |
| 전라남도 | 1,580,098 | 771,471 | -808,627 |
| 경상북도 | 2,268,707 | 1,570,115 | -698,592 |
| 경상남도 | 2,804,287 | 2,586,292 | -217,995 |
| 제주특별자치도 | 565,084 | 533,495 | -31,589 |
투표율 역전(착시)
- 전북특별자치도 · 도지사 48.65% → 시도의원 53.42% (+4.77p)
- 전라남도 · 도지사 58.44% → 시도의원 61.68% (+3.24p)
3. 통계의 역설: 도지사보다 지방의원 투표율이 더 높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투표율이 오히려 '상승'해 보이는 착시 현상입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지사 선거보다 지방의원 선거의 관심도가 낮으니 투표율도 낮아야 할 것 같지만, 데이터는 반대로 말합니다.
전라북도: 도지사 투표율(48.65%) vs 시·도의원 투표율(53.42%) → +4.77%p 상승
전라남도: 도지사 투표율(58.44%) vs 시·도의원 투표율(61.68%) → +3.24%p 상승
전북과 전남 도민들이 갑자기 지방의원 선거에 열광해서 투표율이 오른 것일까요? 아닙니다. 무투표 당선 지역이 대거 발생하면서 투표를 안 할 사람(분모)들이 통계에서 대거 탈락했고, 그 결과「남아서 투표한 사람들」의 비율이 수학적으로 튀어 오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본 서비스가 경계하는 '명목 투표율의 함정'입니다. 참여가 늘어서 비율이 오른 것이 아니라, 집단(분모)의 정의가 달라져서 생기는 전형적인 통계적 왜곡입니다.
4. 카토그램이 제안하는 '실질 투표율'의 가치
우리가 단순히 지도를 하나로 통합하지 않고, 선거 종류별로 탭을 꼼꼼하게 분리해 둔 이유가 바로 여기입니다.
단순히 뉴스에서 나오는 % 숫자 하나에 속지 마세요. 내가 보고 있는 지도가 '전체 도민'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무투표 지역을 제외하고 남은 '일부 유권자'의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은 이러한 분모의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여러분께 가장 정직한 실질 투표 지형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