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지선 분석]

시장은 파란색, 시의회는 빨간색? 경기도가 선택한 ‘견제와 균형’의 데이터

1,300만 인구가 밀집한 경기도는 전국 단위 선거마다 대한민국의 전체 판세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입니다. 특정 정당의 절대적인 텃밭이 없는 이 거대한 용광로에서는 매 선거마다 유권자들의 고도화된 전략 투표가 펼쳐집니다.

특히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유권자들이 단순히 한 정당에 표를 맹목적으로 몰아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도민들의 손끝에는 ‘행정 권력(시장)을 쥐여주었으니, 예산을 감시할 권력(의회)은 다른 당에 주겠다’는 고도의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 심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시장 투표용지와 시·군의원 투표용지에 서로 다른 색깔의 기표 도장을 찍은 유권자들. 그들이 만들어낸 경기도 기초 자치단체의 표심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던 단순한 ‘승자 독식’의 지형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쪼개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팩트체크: 데이터로 드러난 ‘지방정부의 여소야대’ 현장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 내 31개 기초자치단체의 개표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결과, 시장(기초단체장)의 소속 정당과 시·군의회(기초의회)의 다수당이 일치하지 않는 이례적인 지역이 무려 14곳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체 지자체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단순히 표차가 적은 초박빙 지역을 넘어, 행정과 의회의 주도권이 완전히 두 동강 난 이 14곳의 격전지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 유형 A: 시장과 의회의 색깔이 완전히 뒤바뀐 ‘엇갈림’ (9곳)

시장은 A정당이 차지했지만, 시의회는 B정당이 과반을 점유하여 명확한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 곳입니다.

해당 지역(총 9곳): 광주시, 구리시, 군포시, 수원시, 안산시, 안성시, 오산시, 용인시, 의정부시.

대표 사례 — 안성시: 도농복합도시인 안성시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보라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며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치러진 안성시의회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5석, 더불어민주당이 3석을 차지하며 보수 정당이 의회의 다수당이 되었습니다. 행정은 진보에게, 감시는 보수에게 맡긴 전형적인 교차 투표의 결과입니다.

📍 유형 B: 어느 당에도 과반을 허락하지 않은 ‘완벽한 동률’ (5곳)

의회의 의석수가 양당에 정확히 5:5 비율로 배분되어, 시장이 속한 정당조차 의회를 독자적으로 주도할 수 없는 ‘캐스팅 보트’ 상황이 만들어진 곳입니다.

해당 지역(총 5곳): 고양시, 김포시, 양주시, 포천시, 하남시.

지역 특성: 이 지역들은 대체로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최근 입주가 마무리되어, 기존 원도심 주민들과 신규 유입 인구 간의 표심 대결이 가장 팽팽하게 맞붙은 곳이라는 지리적 공통점을 가집니다.

2022 경기도 — 시장과 시·군의회 다수당이 엇갈리거나 동률인 지역

기초의회 총 의석은 지역구(시·군의원) + 비례대표 합산이며, 다수당이 동률이면 ‘동률(Tie)’로 분류했습니다.

지자체유형시장 (당선자)의회 총 의석정당별 의석 (지역구+비례)의회 다수당
광주시 엇갈림
방세환
국민의힘
11
지역구 9 · 비례 2
더불어민주당 6국민의힘 5
더불어민주당
구리시 엇갈림
백경현
국민의힘
8
지역구 7 · 비례 1
더불어민주당 5국민의힘 3
더불어민주당
군포시 엇갈림
하은호
국민의힘
9
지역구 8 · 비례 1
더불어민주당 6국민의힘 3
더불어민주당
수원시 엇갈림
이재준
더불어민주당
37
지역구 33 · 비례 4
국민의힘 20더불어민주당 16진보당 1
국민의힘
안산시 엇갈림
이민근
국민의힘
20
지역구 18 · 비례 2
더불어민주당 11국민의힘 9
더불어민주당
안성시 엇갈림
김보라
더불어민주당
8
지역구 7 · 비례 1
국민의힘 5더불어민주당 3
국민의힘
오산시 엇갈림
이권재
국민의힘
7
지역구 6 · 비례 1
더불어민주당 5국민의힘 2
더불어민주당
용인시 엇갈림
이상일
국민의힘
32
지역구 28 · 비례 4
더불어민주당 17국민의힘 15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시 엇갈림
김동근
국민의힘
13
지역구 11 · 비례 2
더불어민주당 8국민의힘 5
더불어민주당
고양시 동률
이동환
국민의힘
34
지역구 30 · 비례 4
더불어민주당 17국민의힘 17
동률(Tie)
김포시 동률
김병수
국민의힘
14
지역구 12 · 비례 2
더불어민주당 7국민의힘 7
동률(Tie)
양주시 동률
강수현
국민의힘
8
지역구 7 · 비례 1
더불어민주당 4국민의힘 4
동률(Tie)
포천시 동률
백영현
국민의힘
7
지역구 6 · 비례 1
더불어민주당 3국민의힘 3무소속 1
동률(Tie)
하남시 동률
이현재
국민의힘
10
지역구 9 · 비례 1
더불어민주당 5국민의힘 5
동률(Tie)

엇갈림 9곳 · 동률 5곳 (전체 14곳).

2. 심층 분석: 동네 단위로 쪼개진 표심, 어떻게 만들어졌나?

도대체 왜 한 도시 안에서 이토록 극명한 표심의 분화가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는 경기도 특유의 지리적, 인구학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첫째, ‘신도시’와 ‘구도심’의 혼재가 낳은 동네별 이질성입니다. 수원, 용인, 고양 같은 특례시나 거대 기초지자체는 내부적으로 거대한 생활권 단절을 겪고 있습니다. 30~40대 젊은 직장인들이 밀집한 신규 택지지구(상대적 진보 성향 강세)와 원주민 및 고령층이 거주하는 구도심·농어촌 지역(상대적 보수 성향 강세)이 한 행정구역 안에 묶여 있습니다. 시장 선거는 도시 전체의 인물론과 거시적 바람에 의해 하나의 결과로 수렴되지만, 잘게 쪼개진 시의원 지역구 선거에서는 각 동네의 마이크로(Micro)한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결국 전체 의석수가 팽팽하게 나뉘게 됩니다.

둘째, 유권자들의 ‘전략적 교차투표’ 심리입니다. 당시 여러 지역 커뮤니티의 여론을 종합해 보면, “지역 개발을 이끌 힘 있는 시장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 권력이 부패하거나 독주하지 못하도록 시의회 투표용지에서는 견제구를 날려야 한다”는 성숙한 정치의식이 엿보였습니다. 이는 양당 구도의 극한 대립 속에서도 유권자 스스로가 타협과 협치의 장치를 강제로 마련해 둔 집단지성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3. 카토그램 시각화: 지워진 절반의 목소리를 지도 위에 그리는 법

이러한 ‘견제와 균형’의 복잡한 데이터를 기존의 일반적인 선거 지도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맵 위에 색을 칠하는 전통적인 면적 기반 지도는 해당 지자체를 오직 ‘시장 당선자의 정당 색깔(단색)’로만 덮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안성시 지도는 파랗게 칠해지지만, 그 안에서 절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며 시장을 견제하는 빨간색 시의원들의 존재감은 시각적으로 완전히 소거되어 버립니다.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은 이 정보 왜곡의 한계를 다음과 같은 UI/UX 규칙으로 돌파합니다.

• 의석수 분할 헥스(Hex Split): 단순히 시장의 색상 하나로 육각형 타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석 모드에서는 헥스 타일 자체를 시의회 의석수 비율에 맞춰 두 가지 정당 색상으로 분할하여 렌더링합니다.

• 동률 지역의 그라데이션: 고양시나 하남시처럼 완벽한 동률을 이룬 5곳의 격전지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팽팽하게 맞서는 ‘블렌딩 그라데이션(Blending Gradient)’ 효과나 특별한 아이콘 배지(Badge)를 부여합니다. 이를 통해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권력의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전달합니다.

우리의 카토그램 지도는 단순히 1등의 깃발만 꽂는 영토 확장의 지도가 아닙니다. 권력의 미세한 질감과 유권자의 숨겨진 의도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진정한 의미의 ‘민심 지형도’입니다.

4. 결론: 절묘한 황금비율을 만들어낸 유권자의 힘

경기도 31개 시·군 중 무려 14곳에서 나타난 엇갈림과 동률의 데이터. 이는 어느 한 정당의 무소불위 독주를 결코 허락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의 날카로운 경고장이자,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협치의 황금비율을 스스로 설계한 결과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파란색과 빨간색의 경계선이 가장 치열하게 맞닿아 있는 곳, 그 미세한 균열 속에서 대의 민주주의는 가장 역동적으로 숨 쉬고 있습니다.

📌 데이터 출처 및 참고자료

본 아티클의 모든 분석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제공하는 선거통계시스템(info.nec.go.kr)의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교차 분석 및 시각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