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지선 분석]

깃발만 꽂아도 당선? 영호남 텃밭의 공식을 깬 남부권 이변의 지역들

대한민국 선거 지형을 분석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상수는 바로 ‘지역주의’입니다. 오랫동안 선거 데이터들은 ‘영남은 보수 정당의 텃밭, 호남은 진보 정당의 텃밭’이라는 뚜렷한 공식을 그려왔습니다. 특정 정당의 공천장이 곧 당선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남부권의 색깔은 언제나 획일적인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나뉘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는 특정 당 깃발만 꽂아도 무조건 당선된다”는 이 견고한 공식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100% 통했을까요?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 지도를 샅샅이 뒤져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거대한 획일화의 물결을 거스르고 자신만의 색깔을 칠한 ‘이변의 지역’들이 존재했습니다. 정당의 간판보다 인물과 행정력을 선택한 남부권 유권자들의 투표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1. 팩트체크: 파란 바다 속의 무소속, 빨간 바다 속의 파란 깃발

2022년 지방선거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개표 데이터를 기준으로, 호남권(더불어민주당 외 당선)과 영남권(국민의힘 외 당선)에서 주류 정당의 공식을 깬 지역은 총 18곳에 달했습니다.

단순히 턱걸이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득표율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보면 유권자들의 확고한 의지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호남권 이변 지역 (총 10곳)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는 무려 10곳의 기초단체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해당 지역: 전남 목포시, 전남 순천시, 전남 광양시, 전남 무안군, 전북 무주군, 전남 진도군, 전남 강진군, 전북 순창군, 전남 영광군, 전북 임실군.

데이터 포인트: 핵심 도시인 목포시에서 무소속 박홍률 후보가 주류 정당 후보를 상대로 19.72%p(18,607표 차이)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승리했습니다. 순천시 역시 무소속 노관규 후보가 13.88%p 격차로 당선되었습니다. 특히 전남 강진군의 경우, 당선자뿐만 아니라 2위 낙선자까지 모두 무소속 후보가 차지하며 해당 지역구에서 주류 정당 후보가 3위로 밀려나는 이례적인 데이터를 남겼습니다.

📍 영남권 이변 지역 (총 8곳)

보수 정당의 지지세가 뚜렷한 영남권에서도 8곳의 기초자치단체가 비주류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무소속 당선뿐만 아니라, 타 정당 후보의 돌풍도 눈에 띕니다.

해당 지역: 경북 의성군, 울산 동구, 경북 영천시, 경남 함양군, 경남 남해군, 경북 울릉군, 경남 하동군, 경남 의령군.

데이터 포인트: 가장 극적인 데이터는 경남 남해군에서 나왔습니다. 보수 텃밭 한복판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충남 후보가 12.28%p(3,239표 차이)의 넉넉한 격차로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진짜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또한, 노동자 인구가 밀집한 울산 동구에서는 진보당 김종훈 후보가 9.66%p 차이로 승리하며 독특한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증명했습니다. 경북 의성군에서는 무소속 김주수 후보가 무려 42.56%p의 압도적 표차로 주류 정당을 누르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표 차이·득표율(%p) 격차는 해당 기초단체장 선거의 1위(당선자) ↔ 2위 후보 간 격차입니다. 2위가 ‘주류 정당’ 후보가 아닌 경우(무소속 vs 무소속 등)는 따로 표시했습니다.

호남권 (광주·전남·전북) — 더불어민주당 외 당선 10곳

광역시·군·구당선자2위 후보표 차이득표율 격차
전라남도 목포시
당선박홍률
무소속 · 54,161표 (57.39%)
김종식
더불어민주당 · 35,554표 (37.67%)
18,607표 19.72%p
전라남도 순천시
당선노관규
무소속 · 69,855표 (55.78%)
오하근
더불어민주당 · 52,478표 (41.90%)
17,377표 13.88%p
전라남도 광양시
당선정인화
무소속 · 37,005표 (54.59%)
김재무
더불어민주당 · 27,670표 (40.82%)
9,335표 13.77%p
전라남도 무안군
당선김산
무소속 · 18,937표 (47.03%)
최옥수
더불어민주당 · 15,112표 (37.53%)
3,825표 9.50%p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당선황인홍
무소속 · 9,114표 (58.15%)
황의탁
더불어민주당 · 5,721표 (36.50%)
3,393표 21.65%p
전라남도 진도군
당선김희수
무소속 · 11,459표 (58.18%)
박인환
더불어민주당 · 8,237표 (41.82%)
3,222표 16.36%p
전라남도 강진군
당선강진원
무소속 · 11,659표 (54.88%)
이승옥
무소속 · 9,586표 (45.12%)
2,073표 9.76%p
※ 2위도 비주류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당선최영일
무소속 · 9,380표 (52.36%)
최기환
더불어민주당 · 8,534표 (47.64%)
846표 4.72%p
전라남도 영광군
당선강종만
무소속 · 15,715표 (51.13%)
김준성
더불어민주당 · 15,022표 (48.87%)
693표 2.25%p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당선심민
무소속 · 7,540표 (44.18%)
한병락
더불어민주당 · 7,364표 (43.15%)
176표 1.03%p

영남권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 국민의힘 외 당선 8곳

광역시·군·구당선자2위 후보표 차이득표율 격차
경상북도 의성군
당선김주수
무소속 · 23,859표 (71.28%)
이영훈
국민의힘 · 9,614표 (28.72%)
14,245표 42.56%p
울산광역시 동구
당선김종훈
진보당 · 36,699표 (54.83%)
천기옥
국민의힘 · 30,233표 (45.17%)
6,466표 9.66%p
경상북도 영천시
당선최기문
무소속 · 26,881표 (53.44%)
박영환
국민의힘 · 22,034표 (43.80%)
4,847표 9.64%p
경상남도 함양군
당선진병영
무소속 · 14,896표 (59.09%)
서춘수
국민의힘 · 10,311표 (40.91%)
4,585표 18.19%p
경상남도 남해군
당선장충남
더불어민주당 · 14,804표 (56.14%)
박영일
국민의힘 · 11,565표 (43.86%)
3,239표 12.28%p
경상북도 울릉군
당선남한권
무소속 · 4,629표 (69.71%)
정성환
국민의힘 · 2,011표 (30.29%)
2,618표 39.43%p
경상남도 하동군
당선하승철
무소속 · 13,027표 (46.32%)
이정훈
국민의힘 · 10,772표 (38.31%)
2,255표 8.02%p
경상남도 의령군
당선오태완
무소속 · 8,242표 (47.36%)
김충규
무소속 · 5,992표 (34.43%)
2,250표 12.93%p
※ 2위도 비주류

2. 원인 분석: 정당의 간판보다 강했던 ‘인물’과 ‘바닥 민심’

유권자들은 왜 오랫동안 지지해 온 지역 주류 정당의 후보를 두고, 무소속이나 타 정당의 후보에게 기표 도장을 찍었을까요? 데이터가 보여주는 정치적 맥락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검증된 ‘행정력(인물론)’에 대한 실용주의적 선택입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시장과 군수를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는 철저히 ‘우리 동네 살림꾼’을 뽑는 실무적인 성격을 띱니다. 과거 해당 지자체에서 행정 경험을 쌓았거나 지역 내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구축한 후보들은, 비록 정당의 간판이 없더라도 유권자들에게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이는 맹목적인 정당 투표(묻지마 투표)에서 벗어나 인물의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유권자 지형의 변화를 뜻합니다.

둘째, 복잡한 지역 정치 역학과 ‘바닥 민심’의 발현입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각 지역마다 고유하고 복잡한 정치적 사정들이 발생합니다. 때로는 중앙당의 결정이나 공식 후보 선출 과정이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여론(바닥 민심)과 온도 차이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구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들의 뜻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지하는 성숙한 투표 행태를 보여주었습니다.

3. 카토그램 시각화: 획일화된 색깔 속에 핀 ‘이색(異色) 헥스’

이러한 지역 유권자들의 의미 있는 반란은 일반적인 지도 위에서는 넓은 면적에 묻혀 시각적으로 부각되지 않기 마련입니다.

[대한민국 선거 카토그램]은 이 ‘이변의 데이터’를 시각적 카타르시스로 승화시킵니다. 호남권과 영남권의 지도를 띄웠을 때, 특정 정당의 색상(파란색 또는 빨간색)으로 도배된 거대한 육각형(Hex) 군락 속에서 홀로 회색(무소속)이나 반대 색상을 띠고 있는 헥스 타일들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카토그램은 지역주의라는 거대한 해일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소수파의 존재감과 유권자들의 다원화된 목소리를 단 1칸의 헥스로 또렷하게 증명해 냅니다.

4. 결론: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민주적인 것이다

텃밭이라 불리던 영호남 18개 지역에서 일어난 무소속과 타 정당 후보의 압도적인 득표율. 이 데이터는 지방선거가 단순히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일꾼을 뽑는 철저한 ‘지역주의(Localism)’ 선거여야 함을 증명하는 소중한 지표입니다.

100% 완벽한 텃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권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지도의 색깔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 데이터 출처 및 참고자료

본 아티클의 모든 분석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제공하는 선거통계시스템(info.nec.go.kr)의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교차 분석 및 시각화한 것입니다.